주식시장에는 이상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 기업의 실적은 그대로인데 주가가 두 배가 되기도 하고 좋은 기업인데 주가가 반 토막 나기도 한다. 뉴스 하나에 시가총액 수백조 원이 사라진 뒤 다음 날 상당 부분이 다시 돌아오곤 한다. 이런 현상들은 무작위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
그 패턴 중 오버슈팅(Overshooting)과 언더슈팅(Undershooting)을 알아보자.
오버슈팅은 시장가격이 기업의 내재가치를 훨씬 초과해 올라가는 현상이다. 반대로 언더슈팅은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내려가는 것이다. 둘 다 일시적 이탈이다.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가치 방향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이 일시적 이탈이 크면 클수록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위험이 되기도 한다.
☞ 본 시리즈는 투자 권유가 아닌 교육 목적의 콘텐츠입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시장이 기업을 평가하는 방식 시리즈
9화. 시장의 오버슈팅과 언더슈팅 ← 현재 글
10화. 기대 구간 vs 실적 확인 구간(예정)
11화. 테마주와 가치주(예정)
12화. 실적 시즌 전후 주가 반응 메커니즘(예정)
13화. 괴리율을 활용한 종목 피킹 전략(예정)
왜 시장은 늘 과잉 반응하는가
시장이 오버슈팅과 언더슈팅을 반복하는 이유는 시장 참여자들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보를 처리할 때 논리보다 감정이 앞선다. 주가가 오르면 '더 오를 것 같다'는 기대가 커진다. 이때 추격 매수가 몰린다. 주가가 내리면 '더 내릴 것 같다'는 공포가 퍼지고 투매가 발생한다. 이 심리적 증폭이 가격을 가치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군집 행동(Herding Behavior)'이라고 부른다. 다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그 흐름이 더 큰 흐름을 만든다. 처음에는 합리적인 판단에서 시작했더라도 가격이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심리적 쏠림이 더해지는 것이다. 결국 가치와 동떨어진 극단적인 가격이 형성된다.
S&P 500의 12개월 선행 PER이 집계된 1985년 이후 장기 시계열 자료를 살펴보자. 밸류에이션의 진행 방향은 꽤 일방적이다. 한번 확장을 시작하면 강세장이 끝날 때까지 확장하고 한번 축소되기 시작하면 극단적인 지점까지 축소된다. 지난 40년간 장기 평균 근처에서 PER이 머물렀던 적은 고작 8차례에 불과했다. 오버슈팅과 언더슈팅이 예외가 아니라 시장의 정상 작동 방식임을 보여주는 자료다.
이익보다 서사(스토리)가 주가를 움직이는 구간
오버슈팅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구간이 있다. 기업 실적이 본격화되지 전이지만 강력한 서사가 시장을 지배할 때다.
서사란 '이 기업은 앞으로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다. 실제 숫자보다 이야기가 먼저 주가를 움직인다.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 전기차 대전환의 핵심 부품, 초고령화 사회의 수혜주 같은 내러티브가 대표적이다. 이 내러티브가 투자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 현재 이익이 작아도 미래를 당겨 가격에 반영한다.
엔비디아의 오버슈팅과 딥시크 언더슈팅이 이를 잘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ChatGPT 열풍이 시작된 2023년부터 AI 칩 독점 공급자라는 서사를 등에 업고 폭발적으로 올랐다. 2023년 한 해에만 주가가 239% 상승했고 2024년 6월에는 시가총액이 3조 달러를 넘어 세계 1위가 됐다. 2025년 10월에는 역대 최고가 212달러를 기록했다. 실적도 뒷받침했다. 매출이 전년 대비 101% 성장하는 등 숫자 자체도 화려했다. 그러나 PER은 50배를 넘나드는 수준으로 이 수치는 기술주 중에서도 고평가 수준이었다. 향후 실적 성장률이 이를 정당화해야만 상승이 가능한 구조였다.
그런데 2025년 1월 27일 하루 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저비용 고효율 AI 모델을 공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최대 17.7%까지 하락했다. 이날 하루 만에 시가총액에서 5,890억 달러(약 847조 원)가 사라졌다. 이는 미국 주식시장 역사상 가장 큰 하루 폭락이었다.
기업의 사업 구조가 하루 만에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시장이 엔비디아에 부여한 서사, 즉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이 없으면 AI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흔들린 것이다. '고비용+고사양=고성능'이라는 공식이 딥시크의 등장으로 깨졌다. 공식이 흔들리자 그 공식 위에 쌓여 있던 오버슈팅 구간이 빠르게 무너진 것이다.
이것이 서사 기반 오버슈팅의 위험이다. 서사가 유효한 동안은 실적이 좋아도 모자랄 수 있다. 그러나 서사가 깨지는 순간 이익이 줄지 않아도 주가는 급락한다.
언더슈팅 - 공포가 만든 과도한 하락
언더슈팅은 반대 방향의 심리 과잉이다. 악재가 터졌을 때 시장이 실제 피해보다 훨씬 크게 반응하는 것이다. 주가가 내재가치 아래로 내려간다.
2025년 딥시크 사태에서도 언더슈팅 측면이 있었다. 엔비디아 주가가 17% 폭락한 다음 날 일부 분석가들은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AI를 만들었다는 것은 AI 수요를 더 넓힐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번스타인의 분석가들은 '딥시크 모델은 훌륭하지만 기적은 아니다'라며 'AI 인프라 단지의 종말에 대한 공포는 과장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엔비디아 주가는 이후 수 주 안에 상당 부분을 회복했다.
언더슈팅의 본질은 이것이다. 나쁜 뉴스가 나왔을 때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한다. 그런데 현실은 대개 최악보다는 낫다. 그 간격이 언더슈팅이 해소되는 구간이다. 가치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내려간 상태에서 회복이 투자 기회가 된다.
심리적 밸류에이션이 만드는 PER의 팽창과 수축
오버슈팅과 언더슈팅은 PER에 그대로 기록된다. PER 리레이팅은 이익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주가가 올라 PER이 높아지는 것이다. 반대로 디레이팅은 이익이 줄지 않았는데도 PER이 낮아지는 것이다. 이익보다 기대와 서사, 금리와 유동성 환경이 앞서 움직인다.
2021년 코스피 불장이 대표적이다. 대세적 상승 심리와 유동성 확대가 맞물리면서 코스피 선행 PER은 역사적 상단인 14.74배까지 치솟았다. 기업 실적이 PER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2022년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PER은 빠르게 수축했다. 코스피는 3,300에서 2,200대로 내려왔다.
2차 전지 업종도 비슷하다. 2차 전지 기업들은 전기차 전환 서사를 등에 업고 PER 50~100배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4~2025년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배터리 가격 공세 앞에서 PER이 빠르게 수축됐다. 이익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주가가 50% 이상 하락한 종목이 속출했다. 서사가 약해지면서 PER 디레이팅이 일어난 것이다.
이 구조에서 투자자가 해야 할 일
● 오버슈팅 구간: 주가가 서사를 타고 빠르게 오르고 PER이 역사적 상단에 접근하고 있다. 이때는 서사의 유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이 기업은 좋다'라고 말하는 순간이 가장 조심해야 할 때다.
● 언더슈팅 구간: 주가가 과도하게 내려간 것인지 아니면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이 훼손된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일시적 악재로 인한 언더슈팅이라면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서사 자체가 무너진 것이라면 진짜 구조적 하락일 수 있다.
이 구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질문해야 한다.
주가가 변한 이유가 기업의 본질 때문인가? 아니면 시장의 심리 때문인가?
본질이 변하지 않았는데 심리만 바뀐 것이라면 괴리는 결국 해소된다. 본질이 변한 것이라면 아무리 싸 보여도 함정이 된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심리가 지배하고 장기적으로 가치가 지배한다. 오버슈팅과 언더슈팅은 그 두 힘 사이의 마찰에서 생겨나는 일시적 이탈이다. 이 이탈의 패턴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단기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음 화에서는 기대감 구간과 실적 확인 구간을 구분하는 방법을 다룬다. PER 리레이팅이 일어나는 시점에는 어떤 공통 패턴이 있는지 그리고 기대감이 꺾이는 순간을 어떻게 포착할 수 있는지를 실전 사례로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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